1157일차 - 3년 만에 집으로
공항노숙의 아침이 밝았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져 올수록 주변에서 모국어가 많이 들린다.
처음 타보는 독일 국적기.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국인 스튜어디스도 있고, 서비스도 훌륭했다. 다시 또 이용하고 싶을 정도다.
긴 대기 시간이었지만, 월드컵 경기를 보며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 내린 시간은 오전 5시. 3년만이다.
출국장 문을 열자마자 덥고 습한 날씨가 느껴졌다. 문을 닫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집근처로 가는 공항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9시 무렵이라 여유가 많았다. 약간 졸린 상태로 공항의자에 앉았다. 현금이 없었지만, 카드로 버스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출발시간이 다가오고 버스에 올랐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3년전과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
지금 가는 집은 2년 전에 이사한 곳이라 나로서는 처음 가보는 길이다.
카톡으로 알려준 주소 그리고 비밀번호를 통해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다. 아빠의 수술때문에 두분 모두 병원에 가셨다.
나중에 '왜 미리 알리지 않고 왔냐는' 엄니의 타박을 듣기는 했지만. 뭐 이런게 한두번도 아니고.
내색은 안하시지만, 입국한 것 자체로 좋아하시는 모양이다.
어제 저녁 기내식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은 터라 배가 고팠다. 냉장고와 찬장을 뒤져보았지만, 먹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라면 조차도.
안되겠다.
집 근처 마트에 가서 라면과 부식거리를 사왔다. 한국에서의 첫 끼가 라면이라니.
얼마만에 먹는 라면인가.
시차 때문에라도 이곳 생활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PS. 공항에서 오면서 그리고 마트를 나갔다 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곳이 적어도 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사방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단지. 가까운 곳에 대형마트와 쇼핑몰이 있지만, 답답함이 이루말할 수 없었다. 단지내에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나무 숲길. 영국과 아일랜드를 보고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혀 자연 친화적이지 않았다.
나중에 한국에 들어온다면, 절대 이곳에서는 살지 않을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