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5일차 - 많이 다르구나

어젯밤 새벽, 볼일을 보러 일어나 밖에 나갔을 때 호수 멀리서 움직이는 불빛 몇 개가 보였다. 아마도 국경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수색을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이거 걸리는거 아닐까. 괜히 니켈을 지나쳐서 텐트를 친 걸까.

텐트에 들어와 누웠지만 개운치 않았다. 마지막 날 밤인데. 부디 잘 넘겼으면.
다행히 간밤에 별일은 없었다. 시스케네스에서 호닝스버그까지 가는 배가 오후 12시 반에 출발하기 때문에 이 배를 타기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아침 5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다1). 짐을 챙기고 출발한 시간은 8시 무렵.

국경이라 여권을 지참하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아침이라 그리고 국경도로라 오가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길 옆으로는 철조망이 쳐져있고 감시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국경까지 대략 20 킬로미터 남은 지점에서 검문소가 나타났다. 여권을 보며주니 잠시 기다리란다. 며칠 전과 동일하게. 그때 뒤에서 큰 승합차가 한대 왔다.
잠시후 검문소 직원이 나보고 자전거를 승합차에 넣고 가라고 했다(국경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다고).

'자전거 통행이 안된다는 구간이 여기부터 구나'

차량이 커서 별 무리없이 실을 수 있었다. 국경까지 자전거 통행이 안될만큼 뭔가 특별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하고 유심히 봤는데, 공사구간과 공사차량들이 전부였다.
어쨌든 덕분에 예정보다 빨리 국경에 닿았다.

출국심사.
에스토니아로 넘어갈 때에 비하면 무척이나 길었다. 자국민들에 비해 눈에 띄게 긴 시간. 내가 볼 때 오래 걸릴 이유는 없어보였다.
내 여권을 받아든 직원은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이후 다른 직원이 오고 여권을 몇 번이고 살펴보고는,

“러사아에 다시 들어 올건가요?”
“니엣2)

결국 출국 도장을 받았다. 나와서는 모든 패니어를 분리하여 짐 검사를 했다. 완료. 이상무.

노르웨이 국경. 상대적으로 수월하지 않을까 했지만, 여러가지를 물었다.

“비자 있어?”
“한국사람은 필요없어”
“한국이라고?”

지금껏 이 국경에 온 한국인은 없었던 건지, 처음 들어보는 국가라는 반응이었다.

'지금 아저씨가 쓰는 휴대폰! 그거 한국에서 만든거라구' 하려다가 그만뒀다.

비자 규정이 적힌 서류를 한참이나 찾아보고는,

“며칠 머물 거야? 이후 어느 나라로 갈거야? 지금 돈 얼마있어? 카드 있어? 보여줘봐.”

체크 카드 두장을 보여줬다.
별도의 짐 검사는 없었다. 마침내 입국 도장을 받았다.

이때가 오전 9시경. 노르웨이는 러시아보다 1시간이 더 느리다. 시르케네스 까지는 십여 킬로미터.

국경을 벗어나면서부터 러시아와는 다른 분위기다. 자연 환경은 비슷했지만 보이는 집과 자전거 도로. 뭔가 정돈되고 깔끔한 분위기랄까.
집집마다의 개성있는 우체통이 인상적이었다.

시르케네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무렵.

가장 먼저 배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Information center 를 찾았다. 물어보니 예약은 안되고 직접 배 안에서 결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가진 게 유로 뿐이라, 환전이 가능한 곳을 물으니 은행에서는 환전이 안 될 거라고 했다. 그대신 ATM 기기로 인출이 가능하다고. 위치를 확인하고 가서 시도. 성공 했다.

커다란 배가 있는 부두로 향했다. 앞에는 단체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있었다. 티켓을 구입하고 출발 시간 전까지 시르케네스 시내를 아주 짧게 둘러봤다. 특이하게 생긴 교회가 눈에 띄었다.
탑승객의 대부분은 독일에서 온 중년 부부들. 동양인은 나 혼자. 이 배는 여러 섬과 항구를 거치는데, 목적지인 호닝스버그(Honningsvag)는 내일 아침 5시 반에 도착예정이다.

시르케네스를 떠난 배가 들른 곳은 Vardø 섬.
사진으로 보던 전형적인 북유럽의 한적한 어촌 느낌이다. 북유럽에 왔구나하고 실감했다.
날씨까지 좋아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맘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이곳에 30분 정도 정박하는 동안, 내려서 근처를 둘러볼 수 있었다. 단체 관광객들을 따라 간 곳. 옛날 전쟁때 사용한 요새, 대포와 당시 사용한 건물들.

다시 출발한지 얼마 안되서, 갑자기 방송으로 “창밖을 보세요. 고래가 나왔네요”
일제히 사람들이 창밖으로 몰려들었다. 내가 갔을 땐, 아주아주 일부만 물밖으로 나온 고래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아주 짧은 시간동안.
일몰과 월출을 보고, 사람들은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유로 축구경기 독일과 노르웨이의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는 압도적인 독일의 승리로 끝났지만, 유럽인들의 축구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구입한 티켓은 좌석표3)라 의자에 앉아서 쪽잠을 잤다.

PS. 무르만스크에서 만난 현지인으로부터 시르케네스(노르웨이)는 많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기후, 고도 같은 자연환경에 관한 것이었는데, 오늘 반나절 정도 다녀보니, 차이점을 확실히 알겠다. 특히 건물들에서 확연히 나타나는데, 군더더기없이 꼭 필요한 부분만 만든 점이 눈에 띈다. 교회 건물을 보고도 처음에는 교회가 아닌 줄 알았다. 눈이 부실듯 화려한 러시아의 그것과는 대비되는 점이다.

PS2. 배에서 독일인 오토바이 여행자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그 역시 러시아-노르웨이 국경을 넘어왔는데, 여행하면서 오토바이 통관 문제4)로 여러번 골치가 아팠다고 하소연했다. 자전거5)로 여행했지만, 그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노르웨이 국경사무소>

<러시아어가 병기되어있다>

<집집마다 개성있는 우체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교회의 모습이 아니다>




<배에 물을 공급해준다>










<어떤 용도인지 궁금하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차량 이동거리 제외) : 49.327 km
누적 거리 : 29174.835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1)
평소 같았으면, 더 자서 오전 7시에 일어났을 것이다
2)
아니요
3)
베드가 포함되지 않은
4)
검문소와 만나는 경찰마다 서로 다른 서류를 요구했다고
5)
통관하는데 어떤 제약조건이나 필요서류도 요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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