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
| 평점 | ★★★★☆ |
| 한줄평 | 알래스카를 좋아했던 한 사람의 일생 |
보통 책을 읽기전에 책날개에 적힌 저자 약력을 보는데, 마지막에 적힌 문구에 눈이 갔다.
'취침 중 불곰의 습격으로 사망했다'
이후 책을 읽고나서 어쩌면 저자다운 자연스러운 죽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대부터 남다른 호기심으로 혼자 미국을 여행했고, 19살에 알래스카의 한마을에서 에스키모 가족과 한여름을 보낸다. 이후 야생동물에 관심을 가지다가 알래스카대학교에 입학하기에 이른다. 이후 16년 넘게 알래스카 곳곳을 다니며 동물들의 이동,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사진에 담았다.
책에는 그가 처음 알래스카를 동경하게된 때부터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이를 통해 그가 얼마나 알래스카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작년 이맘때, 알래스카를 여행하며 봤던 풍경들이 기억났다. 저자에 비하면 짧은 기간의 아주 일부분이었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은 이런 곳이구나 할 정도로 야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느꼈을 것들을 작게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책에 실린 1990년대와 30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 저자가 살아있었다면, 과연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다.
장기간의 여행을 마치고나서 기억에 남는 장소 중에 알래스카가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은 자연으로 회귀하고픈 인간 본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구절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인생은 그저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주어진 시간을 아끼라고 조언했다. 이것은 에스키모들이 내게 했던 조언이기도 하다. 텐트 옆에 핀 물망초도 내게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뿐이다. 주어진 순간을 놓쳐가면서까지 과거와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결과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라는 단어를 생각해서는 안된다. 결과에 상관없이 지나온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진정 의미를 갖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인생일 것이다. 볼을 스치는 북극 바람의 감촉, 여름철 툰드라에서 풍기는 달콤한 냄새, 백야의 엷은 빛, 못 보고 지나칠 뻔한 작은 물망초.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그 풍경에 마음을 조금 얹어서 오감의 기억 속에 남겨놓고 싶다. 아무것도 낳지 않은 채 그냥 흘러가는 시간을 소중하게 누리고 싶다. 경황없는 세상의 삶과 평행을 이루며 또 하나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을 마음 어디에선가 항상 느끼면서 살고 싶다.